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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매직에 걸린 허정무 감독

Artanis 2010. 7. 22. 07:09
<사진출처: 노컷뉴스 인용>

허정무 감독의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말아먹었다"라는 월간 '신동아'와의 인터뷰 내용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신동아 8월호의 기사에 의하면, "히딩크 감독은 철저하게 단기적인 것에만 집중했다. (중략) 세대교체에는 전혀 신경 안 썼다"라고 했다는데, 허정무 감독은 기사가 왜곡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주장의 요지는 '말아먹었다'라는 말은 히딩크 감독을 지칭한것이 아니고 히딩크 이후의 외국인 감독들을 지칭하여 한 말이었고, 히딩크 감독또한 세대교체에는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있다라는 것입니다.
또, 히딩크 감독이후 더욱 높아진 외국인 감독 선호 풍토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허정무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야기한 것이긴 하지만, 허정무감독이 외국인 감독을 보는 편협한 시각이 조금 아쉬운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허정무 감독의 말이 모두 틀린말은 아닙니다.
본프레레나 코엘류같은 일부 외국인 감독은 실제로 "말아먹었다"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한마디로 먹튀였죠.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축구 발전의 토양을 닦는 부분에 있어 외국인 감독은 못할것이고, 내국인 감독이 더 잘할 것이다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눈앞에 열리는 국가대표 경기 한경기 한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벌떼 처럼 달려드는 여론을 봤을때에는 과연 내국인 감독이라 할지라도 눈앞의 승패에 초연해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외국인 감독에 대해 더 많은 신뢰를 보내는 외국인 감독 선호 풍토를 경계해야 한다라는 것에는 동감합니다.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인 감독이건 한국인 감독이건 감독의 국적이 중요한것은 아닙니다.

아무튼 신동아의 "히딩크가 한국 축구를 말아먹었다"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축구팬들을 더욱 열분하게 만든것 같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적어도 히딩크 감독에게 "말아먹었다"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평소 한국 축구에 대해 허정무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들어보면....
 (관련기사: 연합뉴스[허정무 감독 "히딩크 업적 누구든 인정해야!"] )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외국인 감독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상황에서 과거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국인 감독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것이 것이 잘못 전달됐다" ,
"히딩크 감독 이후 외국인 감독들이 과연 한국축구를 위해 한 것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아먹었다'는 표현을 쓰긴 했다. 이들은 세대교체 등 한국축구의 미래가 아니라 당장 눈앞의 성적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차기 대표팀 감독이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는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던 것일 뿐"
히딩크 감독에 대해서는 "그도 역시 세대교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당시 대표팀의 주축이었다"
그러나 "월드컵 4강을 이룬 히딩크의 업적은 누구든 인정해야 하고, 존경해야 한다"

허정무 감독이 완전히 틀린말을 한것은 아닌데,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기사를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쓰면, 특히 국민적 인기를 가진 '히딩크감독'을 '외국인 감독' 대신에 넣는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허정무 감독이 해명 기사에서 밝힌 히딩크감독이 세대교체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 할 수 없습니다.
또, 외국인 감독들이 "말아먹은"것에 대해 말아먹은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비난만 할 것도 못됩니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했을때 감독에게 국민들이 기대하는것 첫번째는 성적입니다.
세대교체를 통해 한국 축구의 체질을 개선하기에는 감독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길지도 않습니다. 한두 게임만 져도 들끓는 언론들을 보았을때 체질 개선 보다는 눈앞의 성적이 중요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이 세대교체를 외면했을까요.꼭 그렇지만은 않았다라고 생각합니다.
히딩크감독은 당시 국가대표팀의 간판이었던 선수들을 과감하게 탈락시키고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습니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김남일, 이을용, 송종국 같은 선수들을 말이죠.
그러다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얻어 가면서도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색깔을 대표팀에 칠했습니다. 오히려 단기적인 승패에 연연했다기 보다는 마지막 목적지를 위해 꾸준히 선수를 발굴하고( 5:0 으로 패하면서도요 ) 훌륭한 대표팀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 당시 히딩크의 리더십에 국민들이 열광했던것이었죠.
히딩크가 발굴했던 선수들은 결국 허정무 감독의 16강 위업 달성에 주축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허정무 감독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대교체가 가능했던것은, 히딩크 감독의 4강 위업 달성으로 높아진 한국 축구의 위상이 한몫 한것도 부인 할 수 없습니다.
그로인해서 박지성,이영표,박주영,이청용 같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것이라 봅니다.

외국인 감독을 맹신하는것도 문제지만 외국인 감독이 쌓아 놓은 업적에 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편협함도 잘못입니다. 적어도 히딩크 감독은 학연같은게 작용하는 한국 축구의 병폐를 개선했고, 한국축구의 색깔을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이라는것이 심어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란으로 새삼 히딩크 감독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대단하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월드컵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한 허정무 감독도 히딩크의 매직을 벗어 날 수 없다는걸 느꼈습니다. 

허정무 감독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허정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생각해봤을때는 무조건 비난만 할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힘들게 16강 위업을 달성하고 돌아온지 얼마 안된분이고, 그래서 휴식이 좀더 필요한분이고, 축구 발전을 위해 충분히 자기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는 분이니 이 분에 대하여 당분간 관심을 한켠에 놔두시고 휴식을 선물하는게 어떨까요?

이제 새로 국가대표 감독으로 선임된 조광래 감독이 허정무 감독이 바라는 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축구의 토양을 잘 닦아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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