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작곡가가 되겠다는 6살 아이의 거위의 꿈

Artanis 2010. 9. 18. 08:40

제 아들 녀석의 아가때 경복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2006년 겨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아빠가 직접 돌 앨범을 만들어 주겠다고 이 사진을 찍던것이 
엇그제 같은데 벌써 6살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들녀석의 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들녀석은 집근처에 있는 교보아트센터에 가는걸 무척 좋아라 합니다.
다른일때문에라도 그곳을 지나가고 있으면, 어김없이 엄마아빠를 데리고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스티커코너를 샅샅히 뒤집니다.

스티커 하나 고르는데 30분 이상은 걸릴겁니다.
엄마 아빠는 천원짜리 스티커 한장 이상은 안사주므로, 엄청나게 많은 스티커중에 한장만 고른
다는것이 쉽지 않겠지요.

이녀석 5살때 까지는 그랬습니다.

지금은 6살이 된 아들, 여전히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는 않습니다. 대신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이젠 스티커대신 다른걸 사기 시작합니다. 줄자, 연필, 볼펜, 수첩 등...

한번은 마트에 가는데 뭐 살건지 불러달라고 하더니,
수첩에 메모를 하더군요. (엄마아빠보다 낫다^^;;)
줄자를 샀을때에는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닥치는대로 마구마구 뭐든 재고 다녔습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따라하는것이죠.

그런데 몇일전, 어디서 봤는지 이번에는 노래 만드는 공책을 사달랍니다.
"엥? 그게뭐지?"

잠시 생각해보니... 오선지 노트를 말하는건가 봅니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오선지노트가 있다는건 어떻게 알았는지..

자기가 노래를 만들거랍니다. 쇼팽은 책에서 봤는지 또 어디서 들었는지,
노트에다 쇼팽처럼 노래 만들거랍니다.

"그래 혹시 아냐~ 모짜르트 쇼팽처럼 타고난 음악영재일지..." 라는 재미난 생각을하며
오선지 노트를 사주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허둥지둥 씻고, 옷벋고, 노트를 꺼내들더니, 아빠더러 빨리 자기 옆으로 오랍니다.
이미 아들녀석은 노트와 연필을 꺼내놓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빠, 나 빨리 박자 갈켜줘"
"?????"


저더러 작곡법을 가르쳐 달라는 이야기 입니다.
아들녀석 작곡을 너무 쉽게 생각했나봅니다. 마치 메탈블레이드 팽이를 돌리는것 처럼...
그리고 아빠는, 콩나물대가리만 보면 머리에 쥐가 난다는 사실을 몰랐나봅니다.

그래도 자존심 강한 아빠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그려주고는,
"뭐든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거야.... 도레미파솔라시도 부터그려보자"
"그거 100번 그려"


좋아라고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두어번 그리고 나더니 재미없어졌습니다.
재미있을리 없지요. 다시 노래그리는거 가르쳐 달랍니다.

아빠는 다시 꾀를 냈습니다.
" '학교종이 땡땡땡'을 따라 그려봐, 그리고 그거 외울때까지 계속 따라그려,
그다음에 가르쳐 줄께"


아빠가 노트북에서 찾아준 악보를 보고 열심히 '학교종이 땡땡땡'을 따라 그리고 있는 아들녀석.
저러다 진짜 작곡가 되겠습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그리고 있는지 말을 시켜도 못알아 듣습니다.
너무 기특하고 귀엽습니다.

팔불출 아빠가 너무 자랑했나요 ? ㅎㅎ ^^;;
그나저나 저 악보를 다 그리고나면 작곡법을 가르쳐 줘야할텐데 걱정입니다.
제가 작곡 공부를 해야하나요~ ㅠ.ㅠ

'나 이런 사람이야~~'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우리 아이의 작곡가의 꿈.
몇일만 저렇게 하면 자기도 '나 이런 사람이야~~'를 만들 수 있는 줄 아는 우리아이의 꿈.

우리 아이의 거위의 꿈을 응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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