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이웃블로거님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빵 터진 사연

Artanis 2010. 9. 2. 10:25
제 이웃 블로거중에는 남편 자랑을 조금 자주(?) 하시는 '어설픈 여우님'이라는 분이 계시다. 오늘은 그분과의 약속을 지키려다 민망해진 사연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불량남편인 나는 내 아내가 여우님의 글이라도 읽어볼까 두려울 때도 있다. ^^;;

특히,여우님의 글이
DAUM 메인에라도 올라가는 날에는 더더욱...

여우님은 남편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말씀하시면서도 계속 남편 자랑을 하시는 분이다.

남편분이 요리를 잘한다고 자랑하시기도 하고(남자의자격-<남자 그리고 요리>편,평범한 남편을 최고의 요리사로 변신 시키다!)

이 글을 쓰려고 여우님이 올리신 글을 다시보다 보니 지금 내 팔뚝에 닭살이 돋아나고 있다. (^^)

                                      
< 여우님 남편분의 작품(여우님 블로그에서 불펌) >

은근 슬쩍 남편분의 자상함을 자랑하시기도 한다.
(철없는 아내,공항에서 보내온 남편 문자 받고 눈물 흘린 사연)

아래 사진에서 보면 남편분의 휴대폰 저장 이름이 '내남자' 임을 알수 있다.
아직도 로
맨스가 넘치는 부부생활을 하고 계시는 여우님이시다.
내가 봐도 남편분이 참 자상하시
다.
                              <'어설픈 여우'님 남편분이 아내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나는 해외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아내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봤자
"나 이제 곧 비행기 탄다. 전화 꺼지니까 그리 알어"
이딴식의 메세지가 고작인데, 여우님의 남편분 메세지에는 사랑이 철철 넘쳐난다.

스스로 팔불출이라 이야기 하시면서도 남편분 자랑은 계속된다.
(평범한 아줌마를 행복한 팔불출로 만든 두개의 핸드폰 메세지)

여우님의 남편분은 대한민국 남편들의 공공의적인 최수종에 버금가는 분이시다.
나는
최수종이 나오는 토크 프로라도 같이 보게 되면
옆에서 "저거 다 방송용이다" 라며 물타기에 들어가곤 했었다.

그런데 어제또, 여우님께서 남편 자랑을 하셨다.
 <남편의 한마디 말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된 사연>

사연인즉, 남편분께서 출근길에 "있다가 전화 하시오~"라고 인사를 하시기에 여우님께서
 "있다가 전화하라구? 왜? 무슨일 있어?" 라고 하셨더니

아니~ 그냥 당신 목소리 듣고 싶으니까...

라고 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리셨다.
그래서 댓글을 달아 드렸다.

여우님 포스팅 보면서 반성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남편분하고 똑같은 멘트로 전화한통 넣어야 겠습니다
저도 아내에게 점수 딸수 있겠죠?

사실 여우님의 남편자랑을 자주 접하다 보니, 우리 마눌님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났
다. 돈도 안드는 말 한마디면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건데...

여우님의 남편분처럼 요리를 할줄 아는것도 아니고, 이벤트성 살가운 멘트하나 날려본적도 없고, 집에서 마눌님이 청소라도 시키면 짜증내기 일수고, 설겆이는 더더욱...
대신 음식물 쓰레기는 열심히 버리러갔다. 왜냐면 마눌님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울수 있기때문에...
참 반성이 많이 되는 대목이다.

여우님 댓글에는 내 아내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때는 생각만 있을뿐 평
소 전
혀 그런 표현을 해본적이 없는 나는 댓글로 한 약속을 잊어먹고 있었다.
그런데 퇴근무렵 여우님께서 답글을 달아 주셨다.

뽀뚜님, 꼭 오늘 해보세요~
글구 결과도 알려주세요~ ㅎㅎㅎ


고지식(?)한 나는 여우님의 "결과도 알려달라"라는 말에 부담을 팍팍 느꼈다. 전화
안하고 있었는데, 안하려고 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
말 한마디 하는게 뭐가 어려
운지...
여우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아내에게 오랜만에 점수한번 따보자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신호가 갔다. 가슴이 콩닥콩닥 떨리는 이기분은 뭐지?
평소 안하던짓 하려니 ...
멘트도 내가 생각해낸것도 아니고 무단도용해서 써먹으려니 더더욱... 어색할뿐...

"여보야~ 자기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 라고 말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잠시후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갑자기 입주변 근육이 마비되는듯한 느낌... 
갑자기 확 민망해졌다.

"여보세요~ 왜~~?"

민망하고 어색한 말투로 나는,
"어~ 어~ 있잖아 목소리 듣고 싶어"

아내는 잘 못알아 듣겠는지 투덜거리는 말투로,
"뭐? 목소리가 뭐 어쨌다고?"
"어~어~ 듣고싶다고"


내 말투의 어색함이 확 묻어 났는지 황당하다는 말투로
"으이그 오빠 오늘 왜그래~~?"

그런데 잠시후 전화기 너머로 우리 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황당....
"아빠~~ 오늘 언제 와요?"
우리 아이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이야기인줄 알았나보다.
마눌님께서 아들냄이를 바꿔준 것이다.
"어~ 일찍 갈께~~ 그런데 엄마좀 바꿔줄래?"

완전 작전 실패다.


그제서야 경직된 입가의 근육도 좀 풀리고 민망함이 좀 풀렸다.

마눌님에게 따져 물었다.
목소리 듣고 싶다니까 애는 왜 바꿨냐고 그랬더니
아들냄이 목소리 듣고 싶다는 줄 알았다는 마눌님...
그런데 오늘따라 내가 이상하다나... 말투도 이상하고... 실실 웃고있고...
회사에 무슨일 있냐는둥, 뭐 좋은일 생겼냐는둥, 뭐 잘못 먹었냐는둥...
꼬치꼬치 따져 물었다.

그래서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블로그 이웃님과 이러이러한 일이있어서
반성되는 마음이 생겨 나도 너한테 똑같이 같은 멘트를 날려주려 했다는... 

그제서야 아내는 빵 터졌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아내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그러게 평소에 좀 잘 하라"는 핀잔은 들었지만 
'어설픈 여우님'님 덕분에 아내와 기분좋은 에피소드가 만들어진 하루가 되었다.

'어설픈 여우님'~ 무단으로 이미지를 도용했습니다. 죄송~ ^^